귓속말로 읽어주고 싶은 시

A Poem To Be Whisp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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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방

Lim Jieun

나는 이 집에 없다 네가 꾸는 꿈속에서 빠져 나왔다 이 거리에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를 껴입은 사람에게 내가 누구죠? 라고 묻자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다만 내가 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이 길은 나도 모르게 생겨나서 생긴지도 모르고 있다가 생겼네? 하며 걸어갔을 뿐이다 한 움큼씩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던 아이가 몇 시냐고 묻는다 나는 이제 행복해질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 길 끝엔 너의 집이 있고 벨을 누르면 너는 그게 눈꺼풀이라는 것도 모른 채 찢고 들어온다 꿈속에선 오늘 다녀온 곳의 향기가 나고 너는 천천히 나를 뒤집어 벗는다 처음 보는 얼룩이 있다 너의 집에 있다 너처럼 있다 묻어 있다

그것

Oh Eun

그것 참 맑구나 그것 참 예쁘구나 그것 참 근사하구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것과 멀어졌다 맑은 것 예쁜 것 근사한 것… 그것은 다 달랐다 그때그때 달랐다 세상은 넓고 변수는 많았다 맑으면서 예쁜 것, 맑고 예쁘고 근사한 것, 맑지만 근사하지는 않은 것… 눈을 감으면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어떤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꿈속에서는 걷지 않았다 달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미끄러지는 것에 가까웠다 땅을 내리누르는 것이 아닌 지면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것 참 멋지구나 그것 참 이상하구나 그것 참 특별하구나… 나는 꿈속에서 그것을 하고 있었다 나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눈을 뜨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떤 공모라도 한 것처럼 두근거렸다 맑고 예쁘고 근사한 것들이 말풍선이 되어 눈앞에 떠올랐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것은 있었다 만질 수 없어도 분명 거기 있었다 손가락으로 찔러도 말풍선은 터지지 않았다 말들이 엉겨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멋지고 이상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마지막에는 여기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그것 참 신기하구나 그것 참 다행이구나 그것 참 부드럽구나… 나는 이불 속으로, 꿈속으로 또다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름밤에 내리던 것이 겨울밤에 쌓이고 있었다

밤이 모여 내가 된다

Nayeon Kim

1. 불안한 밤에는 무얼 했더라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림자들에 관해 생각해 그밤 네 카페트 위에 쏟은 술처럼, 흠뻑 적셔도 날이 밝기만 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나의 그림자들에 관해서 2. 나는 이유를 모른다 모르지만 모른다고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그렇게 되면 역으로 내가 아는 것만 세상에 존재하게 되고, 내가 아는 것이라곤 나 하나뿐이니까, 결국 인식의 세계에서도 너무 외로운 사람이 되어서, 허구의 공동체에서조차 홀로인 것은 싫으니까, 몰라도 알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치고, 있다손 치고 3. 진료실에 처음 찾아간 날도 그랬다. 선생님, 저는 이게 병이었으면 좋겠어요 병명을 알고 싶어요 이름에게는 역사가 있고, 또 주인이 있고, 날 적부터 주인이 많은 이름을 갖는다는 건 내가 유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니까,  그럼 그건 외롭지 않을 거 잖아요 선생님은 빈 A4 용지 위에 까만 볼펜으로 원을 그리셨다 고양이가 굴리다 만 실타래처럼 엉성하게 말린  동그라미가 부풀어 올랐다

10월의 산책

Jeong Dajeong

애도를 훔쳐 보았더니 눈이 내렸어 산에 갔던 일을 말하고 싶었는데 산은 무덤이었다 여기는 우리 산이니까 얼마든지 무덤을 만들어도 좋아 얼마든지 만들어낸 무덤은 산을 뒤덮었고 산이 무덤이 되었을 때 나무가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슬펐다는 너에게 나무가 거의 없는 산에는 계절이 어떻게 오냐고 묻고 싶었고 눈이 내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유일한 경우의 예감 나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우리의 뺨과 손바닥만이 그 말을 알아차릴 때 우리가 동물일 때 동물일 수 밖에 없을 때 무덤은 여전히 생겨나고 있었어

가벼운 사람들과 투명한 비밀

Jeongeun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건너고 있어 생각보다 발자국이나 지문 같은 건 별로 찍히지 않더라 문이 잠겨 있지 않아도 문고리를 잡는 건 쉽지 않은가 봐 괜히 또 눈치만 늘었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5초 이상 눈을 마주치기가 키스보다
어렵다는 건 아마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우리가 서로 껴안을 때 얼만큼의 세포분열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 네 입술 주름이 몇 개로 갈라지고 있는지 세어보고 싶어 딱지를 손으로 잡아 뜯어서 피가 고인 곳을 보면 만져보고 싶어 있잖아 몸에 타투를 새겼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해변가에서 수영복을 입고 걸어 다니는 거래 누군가 내 타투를 발견하길 바라면서 말야 베란다에 기대어 있다가 무릎 높이도 안되는 평균대 위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사람을 봤어 왜 진짜를 좋아한다면서 질문은 하지 않는 걸까 궁금증을 느낄 수 없다면 매일 체할 거 같은데 오늘은 너와 밥 먹을 때 ‘잘 부풀어 오른 수플레는 사실 반죽이 되기도 전에 터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할래

여름, 문장, 원더러스트

Park Sol i

어느 문이든 그렇지 않니 하며 무엇이 됐든 당기기보다 미는 게 신체 구조적으로 편하지 않느냐던 네 무심함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정작은 문장이 종결될까 혀를 껌처럼 씹을 뿐 아카시아 비누같은 것이 입 안에 팽창한다 사실은 좀 알싸하다고 이것 참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 것 같다고 토로하면 너무 여름이란 난데없는 열대야 탓 햇볕 탓 바람 안 부는 도시 탓 반복되는 맴맴 도는 문장들 내가 왜 한국의 여름이어야만 했는지 너의 출국 날짜가 주머니에 없다 기억에도 없고 네 입 속에도 없다 같은 여정일 수는 없을까 이후의 일을 목도해보지만 바라만 봐도 땀 흘릴 수 있던 시절과 시절을 등지는 것 종일토록 목과 이마와 손차양과 구름에 맺혀있는 것 작은 입자의 먼지 한 올이 주는 무력한 심사다 글로는 안 돼서 그림 그리러 간다고 가봐야 한다고 말하는 난처한 눈빛 한 줄의 문장이 된 것을 모르고 안온한 세계를 찾아서 거긴 더 울창하대, 짙고 투명한 의미만 눈가에 얹어줄 뿐 아카시아 향 터지는 공기 이동같은 거 한국을 뺀 여름 나에게 볕이었던 걸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배달의민정

Dawon Kim

민정아, 오늘도 오토바이에 발을 올리는구나 민정아, 100km/h는 엑스터시의 종착지야 민정아, 일방통행 도로는 재규어와 야생 원숭이들의 구역이야 민정아, 트래픽잼에는 허들이 우르르 몰려와 민정아, 발신은 꼭 도착한 후에 해야 하고 민정아, 안전모는 한 겹으로도 부족하다 민정아, 내 말 들려? 대답 좀 해봐, 민정아 민정아 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 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민정아 민정아민정아 민정아, 왜 웅성거리는 소리들 밖에 안 들려.

수화기를 넘어서

Kang Jiung

수롸디을 넘어거 갈라진 목소리다 진심을 전하고 암씁미다 담배를 피는 손이 방해가 죄어 입으오 향하는 담배 고맙다는 말을 일부어 막아두옷다 수줍데 만가져거 이렇게 흐트러졌어요

이각형

JO SU BIN

아 이 얼마나 다채로운가 다채로운 도형들의 마을에 어떤 머저리같은 이각형이 있었다 아니 무슨 이각형이람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그런데 가끔 그런 것들이 세상엔 진짜로 있다 마치 당신이 두 가지를 챙겨간 세상엔 늘 세 번째가 존재했듯이 이각형도 태어나보니까 그냥 이각형이었다 그 이각형은 매일 자신의 두 모서리, 모남, 못남, 그러니까 그 두 각진 모서리를 양손으로 가리고 도형들을 만났다 한 손이라도 내밀면 넌 내 모서리를 보게 될 거야 우스꽝스러운 내 모서리를 말이야 그때 모두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동그라미가 와서 이각형에게 말하길, 봐 내겐 천 개의 모서리가 있는 걸 아 이 얼마나 다채로운가 결점이 결점을 위로하는 방식은 다름이 특별함이 되는 방식은 당신의 모서리, 모남, 못남, 그러니까 당신의 결핍이 당신의 세 번째 무기가 되는 방식은

A

Dasul Kim

뭍으로 올라온 날을 기억해. 더이상 춥지 않았고 나는 숨을 쉴 수 있었지. 살랑이는 바람이 있었고 햇빛에 반사된 색들이 춤을 추었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 것들을 기억하는 건 설레는 일이야. 또한 내가 죽게 될 날을 기억하면서 내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큼 벅찬 일이 또 있을까? 오늘 주운 말들: Least concern Danse Sacrale 서울의 야경 D-2914320+1 TAAT TABTH AIOYI ISTIA 내일 주울 말들: 닭고기 맛과 비슷한 것 아르테미스 25시간 우연적인 뇌 모자란 구름 척은 우리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언젠가 마지막 별이 탄생했다. 기타 시나리오: 시작-끝 태양은 추락한다. 간단히 우리는 집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빛에 반사된 나뭇잎의 색이 푸르르다. 나는 나타났다 사라진다.

햄스터

Minminu

나는 햄스터다 하지만 평범한 햄스터가 아니다 나는 귀엽고 작은 아기 햄스터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은 늙어가고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나이가 의미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를 산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은 나는 지금 귀엽고 어리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햄스터의 평균수명은 2년이다 2년 뒤에 내가 아기 햄스터로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나도 안다 나도 언젠가 어른 햄스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귀엽고 작은 아기 햄스터다 나는 정말 귀엽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나는 그것을
즐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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